가을과 낙엽을 소재로 담아 보았어요.
임은 낙엽 따라
-하순영-
임이시여
가시더라도 돌아보지 마오
떠나는 마음이야
떠나면
그만이지만
흘러가는 마음이야 바람이라 하지만
보내는 마음은
아픔이라오
임이시여
가시더라도 돌아보지 마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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낙 엽
-김기상-
갈매빛 단색으로 건강하던 이파리가
소슬한 가을 맞아 시름시름 앓더니만
빨강 · 노랑 화려하게 수의(壽衣)로 갈아입고
갈바람 상여 삼아 낙엽 되어 떠난다
바람이 실어다 내려놓는 곳
산이든, 들이든, 강이든 개의치 않고
그곳이 무덤인 양 몸을 눕힌다
넉넉한 추깃물 미끼로 삼아
곰팡이와 박테리아에게 몸을 맡겨
한 점 미련없이 고이 썩어져
한 줌 거름으로 흙 속에 머물다가
훗날
튼실한 나무를 만나
새 봄이 오면
새 잎으로
당당히 거듭날 꿈을 다진다.
낙 엽
-김기상-
낙엽 진다 하지 말라
바람에 뒹군다 하지 말라
비에 젖는다 하지 말라
붉다 하지도 말고
노랗다 하지 말라
돌아선 자 떠나간 이가
생각난다 하지 말고
그 생각에 눈물 짓지 말라
그리고
함부로
밟지도 말고
줍지도 말라
거둘 땅이 없는, 가난한 자의 저 쓸쓸한 추수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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